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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에 대하여/여러가지 짧은 글들

주먹구구

by 정원 공간 2025. 11. 11.


 오늘 촬영은 좀 힘들었다. 한 달만에 또 대전에 가게 될줄은 몰랐는데. 역으로 픽업 온다길래 차에 올라타자 앞자리엔 웬 어린 여자 아이 하나, 뒷자석은 앉지 못할 정도로 난장판인 공간이 보였다. 올라타자 대뜸 카메라가 한 대 뿐이냐고 묻는 것이었다. 클립 촬영이라서 그렇다고 했더니, 자기는 풀촬영으로 문의했다는 것이었다. 그러고 전활 걸더니 막 내 탓을 했더랬다. 이 사람이 풀촬영인데 캄메라 한 대만 들고 왔다고... 이윽고 크몽 창을 켜더니 ‘봐라, 자기는 풀촬영으로 문의했다.’라며 어거지ㅡ 내지 땡깡을 부리는 것이었다. 어이 없게도 나는 크몽 채팅에서 클립으로 견적내고 한 번 더 확인을 시켜줬었다. 그래서 강하게 뭐 내 잘못 아니다라고 토로했다. 여기서 딱 느꼈다. “아 전에 찍었던 동아 출판 촬영 담당자처럼 자기는 능력 하나도 없는데 일 따와서 하청 맡기는 영포티구나. 그래서 또 자기 회사 사람인척 하라고 그러는구나. 씨발련이.”

 

 촬영이 캔슬되는 것보단 어떻게든 풀촬영 장비를 구하는 방법 뿐이라고 생각했다. 그래서 렌탈 스튜디오를 알아봤고, 앞에서 병신이 또 내 탓을 하자 좀 조용히 하라고 하고 렌탈 스튜디오와 연락했다. 나는 촬영장에 가서 리허설을 찍고, 이 포티는 장비를 픽업가기로 했다. 겨우겨우 세팅도 다 하고 촬영을 하려는데 이 새끼가 자기 조카 데려다주러 가야 한다고 그러는 것이었다. 금방 오려나 싶었더니, 촬영이 끝날 때 까지 오지 않았다. 결국 풀촬영 2캠에 나 혼자 사진, 클립까지 담당하는 것은 현재 장비에서 불가능에 가까웠고, 촬영본이 그리 깔끔하진 못했을 것이다. 뭐 어쩌겠는가, 이런 식으로 주먹구구로 일하는 포티의 한계지 않겠는가.

 

 갑자기 전에 같이 일했던 한 명이 떠올랐다. 겉으론 자기가 모든 것을 컨트롤하고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발악하며 네트워킹도 능력이라고 씨부리고 다니는 한 남자가 있었다. 내가 오늘 촬영에서 유독 역겨움을 느꼈던 이유는 그 사람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지 않았을까. 본인이 가진 능력이라곤 겨우 가진 몸뚱아리 하나 뿐인데, 순진한 사람들 속이면서 돈 타먹는 딱 그 정도의 인간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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